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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레터(글)

피스레터 No34_2 이주영_어린이 해방 선언 100주년의 의미와 오늘의 과제

by 어린이어깨동무 2023. 5. 18.

[평화 이슈] 

어린이 해방 선언 100주년의 의미와 오늘의 과제

 

이주영

 

 

1999새 천년 어린이 선언
- ‘어린이 평화 선언

 

202351, 어린이 해방 선언 100주년을 맞이하는 기념행사가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주변에서 열렸습니다. 어린이문화연대와 함께하는 약 300여 어린이 관련 단체와 어린이를 포함한 시민 약 2,000여 명이 참여했습니다.

 

100년 전 192351, 일제침략자들 탄압 속에서도 두 가지 뜻깊은 행사가 열렸습니다. 하나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열린 노동절 기념행사였고, 또 하나는 192251일 천도교소년회 창립 1주년 기념으로 선포한 어린이날 첫 돌을 맞이하여 소년운동협회(회장 방정환) 이름으로 어린이 해방 선언을 발표한 것입니다. 당시에는 <소년운동의 기초조건>이라는 이름으로 어린이를 재래의 윤리적 압박으로부터 해방하고, 어린이를 재래의 경제적 압박으로부터 해방하여, 어린이들이 고요히 공부하고 즐거이 놀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고 하였습니다. 우리 사회는 해방 이후 이 선언을 다시 불러내지 못한 채 거의 잊고 살았습니다.

 

이 선언을 다시 우리 사회에 불러냈던 건 1999년 방정환 탄생 100주년 때입니다. 당시 대학로 어린이 평화의 집에 함께 들어있던 남북어린이어깨동무(현 어린이어깨동무), 공동육아연구원(현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어린이도서연구회가 이 선언을 기념하면서 새로운 천 년을 맞이하는 마음을 담아 새 천년 어린이 선언을 만들었고, 51(토요일) 대학로에서 광화문 세종문화회관까지 약 1,000여 명 어린이와 시민들이 깃발 행진을 하고, 대표들이 이 선언을 청와대에 접수하였습니다.

 

 

새 천년 어린이 선언에서는 <어린이 운동이 나갈 길>어린이가 평화로운 가정, 평화로운 학교, 평화로운 한반도, 평화로운 지구촌에서 살 수 있게’, ‘어린이들이 서로 친구가 되고, 자연과 친구가 되어, 이 세상의 모든 생명과 함께 살 수 있게’,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꿈을 꾸고, 그 꿈을 키워 가며, 이를 실현할 수 있게하자고 하였습니다. 어린이 평화 선언입니다.

 

 

2023년 ‘어린이가 행복한 나라’

- ‘어린이 행복 선언’

 

이번 어린이 해방 선언 100주년 기념행사에서는 어린이가 행복한 나라를 만들자는 깃발을 들고 행진했습니다. 아울러 어린이들이 직접 자신들이 주장하는 말을 쓰고 그린 펼침막 10개를 어린이들이 들고 행진했습니다. 또 어린이 23명이 어른에게 요구하거나 자신의 다짐을 각자 써 와서 발표하였고, 이에 어른 10명이 다짐하는 선언을 했습니다. 이번에 나온 선언 내용을 요약하면 어린이가 행복해야 어른도 행복하다.’ ‘어린이가 행복하면 온 세상이 행복하다입니다. 어린이 행복 선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192351일 소년운동협회가 발표한 선언문에는 이름이 없습니다. <소년운동의 기초조건> <어른들에게 드리는 글> <어린 동무들에게>라는 세 가지 제목으로 발표되었습니다. 그동안 이 선언을 대표하는 이름으로 윤석중은 어린이 해방 선언’ ‘어린이 독립 선언이라고 불렀습니다. 2021방정환과 어린이 해방 선언 이야기가 출판되면서 어린이 해방 선언이라는 이름이 조금 더 널리 퍼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일부에서 아직도 어린이 권리 선언이나 어린이 선언이라고 해서 아쉽습니다. 아마 해방이라는 말을 쓰는 게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부담이 된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2022119일 도종환 국회의원실 주최로 열린 방정환 세계화를 위한 정책포럼에서 ()방정환연구소 장정희 이사장이 한국 어린이 해방 선언(1923)의 역사적 의미 고찰을 발표하였습니다. 그는 한국 어린이 해방 선언은 1924년 국제연맹에서 채택한 어린이 권리에 관한 제네바 선언보다 1년 앞선 것으로 어린이 권리’(Rights) 선언에 앞서 우리나라에서는 어린이 해방’(Liberation)을 먼저 선언했다는 세계사적 의미를 갖는다.(자료집 17)고 밝혔습니다. 이 포럼이 끝나고 그 자리에서 어린이 관련 30여 단체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어린이날 101주년 어린이해방선언 100주년 기념사업협의회를 구성하고, 192351일 선언문 이름을 어린이해방선언문으로 확실하게 정하자고 했습니다.

 

1920년대 당시 제네바 선언을 비롯한 대부분 어린이에 대한 권리 선언은 어린이들이 약하고 미성숙하므로 우선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의미했습니다. 그러나 방정환이 주도했던 어린이 해방에 관한 선언의 소년운동의 기초조건을 비롯한 세 가지 선언문 내용은 어린이가 약하거나 미성숙해서가 아니라 어린이도 어른과 평등한 인격체인 한 사람이기 때문에 존중받아야 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어른들이 만든 사회와 국가라는 체제 아래서 수천 년 동안 누적된 어린이에 대한 윤리적 압박과 경제적 압박이라는 억압에서 해방되어야 어린이가 어른과 평등한 한 사람으로 자기 정체성을 갖고 바르고 참되게 성장할 수 있고, 이를 위해 어린이들이 스스로 배우고 서로 도우며 씩씩하고 당당하게 사회에 나서야 한다는 선언입니다. 어른들이 재래의 윤리적 경제적 압박의 주체였음을 반성하고 성찰하면서 어린이들이 스스로 일어서고 나가며 바르고 참되게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선언입니다.

 

우리 인류라는 종은 아직 이런 높은 윤리의식의 단계까지 이르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현실을 돌아볼 때 1923년 방정환과 어린이 운동에 참여했던 어린이와 어른들이 함께 했던 이 선언은 너무 빨랐던 것이 사실입니다. 현재 시점에서 봐도 그렇습니다. 어쩌면 우리 인류는 192351일 발표한 어린이 해방 선언 정신이 인류의 보편적 윤리의식이 될 때 지속가능한 종으로 지구촌에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이런 마음으로 우리는 202351, 방정환과 어린이 해방 선언 정신을 광화문 광장에서 다시 불러냈습니다. 오전에는 어린이 해방’, 오후에는 노동 해방’, 곧 인간 해방의 역사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뜻에서 새 천년 어린이 선언에서 합의했던 어린이가 평화로운 지구촌과 이번에 함께 소리친 어린이가 행복한 세계를 만들기 위한 행진을 계속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주영 어린이문화연대 상임대표이자 어린이어깨동무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어린이날101주년·어린이해방선언 100주년 기념사업협의회 대표이다. 어린이 문화 운동사, 어린이 해방, 그날로 가는 첫걸음, 방정환과 어린이 해방 선언 이야기를 비롯해 50여 권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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