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교육]
4.16 추모 문화제 4월의 노래
이향숙
2024년 4월은 세월호 참사 10주기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구로구 영림중에서는 학생회 주최로 마을 주민들과 함께하는 추모 문화제 ‘4월의 노래’가 진행되었습니다. 이 행사를 준비한 학생들은 세월호 참사 당시 4~6살이었던 아이들이었는데 안타깝게 희생된 언니 오빠들을 기억하며 진지하게 추모행사를 준비하는 청소년이 되었습니다.
사회를 보는 학생은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단원고 교복까지 빌려서 입고 ‘오늘은 세월호 참사와 더불어, 4.3 제주 항쟁, 4.19혁명 희생자를 추모하고 기억하는 행사’라는 말로 이 추모행사의 의미를 전했습니다.
추모제는 세월호 5주기 추모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시 낭송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모진 바람이 살갗을 할퀴어 간다.
무심한 세월이 흘러 다시 봄
그리고 4월
4인용 식탁 비어있는 네 자리를 바라보며
산사람은 살아야지
우걱우걱 입안에 밀어 넣다 왈칵 목이 메인다”
(‘노랑나비 되어 내 꽃밭에 날아온 너에게’, 유한청)
이 시보다 더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낸 아픔을 절절히 표현할 수 있을까요? 저도 아이들도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뜨거운 눈물이 차올랐습니다.
이어서 동아리 공연으로 밴드부 학생이 세월호 추모 노래 ‘가만히 있어라’를 부르고, 평소에는 방송댄스만 하던 댄스동아리는 직접 안무를 만들어 희생된 선배들을 추모하는 춤을 보여주었습니다. 꾸러기 중학생인 아이들도 직접 만든 노란 바람개비를 손에 들고 추모의 마음으로 하나가 되는 모습으로 감동을 주었습니다. 방과 후 공연 준비를 위해 매일 남아서 연습하던 뮤지컬 반 친구들은 공연을 시작하기 전 모두 손을 꼭 잡고 묵념을 하고 나서 커다란 검은 천을 펼치더니 천 사이사이에 난 구멍으로 손을 내밀면서 침몰하는 배에서 울부짖으며 구조를 요청하는 처절한 상황을 얼굴 표정과 몸짓으로만 표현하였는데 모두들 숨죽이며 그 당시 고통에 함께 하는 강렬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여기저기서 조금씩 떠들던 아이들도 어느 순간 조용해지면서 공연하는 아이들과 하나가 되는 모습에서 순수한 추모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교생이 추모곡 ‘천 개의 바람이 되어’를 합창하고 30초간 묵념하는 것으로 추모제는 끝이 났습니다.
교내 추모제가 끝나고 희망하는 학생들, 교사, 지역 시민단체 활동가, 학부모들과 함께 ‘생명안전기본법 제정하라!’는 현수막을 들고 2킬로 정도 거리 행진을 하고 구로역 소녀상에 노란 리본을 묶는 것으로 추모행사는 마무리되었습니다.
학생회 친구들은 세월호 활동가를 만나고 추모제를 준비하면서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세월호 참사를 기억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합니다. 어른들이 이 땅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한없이 미안하고 고맙고 또 다 함께 큰 배움을 얻는 시간이었습니다.
지난주에는 3학년 교과 선생님 몇 분이 인권과 평화에 대한 의미를 떠올리는 융합 수업을 준비해서 수업 공개를 하였습니다. 마이클 잭슨의 ‘Heal The World’ 노래 가사의 의미를 영어 시간에 살펴보고, 음악 시간에 노래를 배우고, 미술 시간에 평화 주제의 그림을 그려서 중앙현관 주변에 모여 3학년 학생들 모두 평화의 노래를 부르는 플래시몹을 준비하는 수업입니다. 아이들이 하나 된 마음으로 평화를 기원하는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Heal the world, make it a better place
세상을 치유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자
For you and for me
and the entire human race
너를 위해 나를 위해 모든 인류를 위해
There are people dying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어
If you care enough for the living
삶을 소중히 여긴다면
Make a better place
For you and for me
너와 날 위해서라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자
이향숙 | 영림중학교 진로상담교사. 아이들이 자존감을 지니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한 존재로 성장해 나가길 바라며 호르몬이 날뛰는 중딩들과 함께 진로를 찾아가고 있다.
'피스레터(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피스레터 No39_2 미니_팔레스타인, 전쟁과 어린이 (0) | 2024.08.19 |
---|---|
피스레터 No39_3 이경수_북녘 학교생활 이야기 (0) | 2024.08.19 |
피스레터 No39_5 김경민_공순이와 맘충이 아닌 송효순과 김지영으로... (0) | 2024.08.19 |
피스레터 No38_1 김성경_22대 총선과 한반도 평화 (1) | 2024.05.14 |
피스레터 No38_2 채창수_한반도 평화를 위한 역사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0) | 2024.05.1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