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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레터(글)

피스레터 No39_3 이경수_북녘 학교생활 이야기

by 어린이어깨동무 2024. 8. 19.

[평화의 시선으로 보는 북녘] 

북녘 학교생활 이야기

 

이경수

 

북녘 학생들의 여름방학은 8월이 되어서야 시작했었다. 8월 1~31일이 소학교(초등학교) 방학, 15~31일이 초급중학교(중학교) 방학으로, 이같이 한 달 남짓했던 짧은 방학 기간이 지난해부터 대폭 늘었다. 유치원과 소학교, 초급중학교에서는 7월 1일부터, 고급중학교(고등학교)에서는 7월 22일부터 여름 방학이 시작된 터다. 방학 숙제도 줄어들었다. 대신 방학 중 소조(동아리) 활동에 참여하도록 한다. 태권도, 탁구, 수영, 무용, 성악, 피아노, 미술, 글짓기, 글씨쓰기, 책읽기 소조 등이 운영된다. “작아도 자기 손으로 이룩하는 성공의 소중함을 알게 만”들기 위해서 최근에 취해진 조치다.1)

 

1) 『조선신보』. “방학기간은 2개월.” 2023년 10월 11일자.


교육 분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난 분야다. 2012년 최고인민회의에서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을 실시함에 대하여’ 법령을 발표해 1972년부터 수립된 교육체계를 40년 만에 크게 손질했다. 그전까지 4년제로 운영되던 소학교를 5년제로 바꾸고 중학교 6년 과정을 초급과 고급으로 분리했다. 이로써 유치원 높은반(1년)-소학교(5년)-초급중학교(3년)-고급중학교(3년) 12년을 의무교육으로 개편하고, 모든 지역에서 무상 의무교육이 실행 중이다.

 

4월에 새 교복 입고 새 학기 시작

 

북녘의 새학기는 4월에 시작되어 우리보다 1달 늦다. 참고로 일본도 4월에 개학하는데, OECD 국가 중 봄에 학기를 시작하는 나라는 우리와 일본 뿐이라고 한다. 새학기를 맞은 소학교와 대학생들에게는 각 도에서 교복과 가방, 학용품을 공급한다. 교복 공급은 경제난시 중단되었다가 경제 상황이 나아지며 최근 정상화되었다. 교복 모양은 전국적으로 동일하고, 올해부터는 교복 상의에 학교, 학년과 반, 이름을 적은 개별 이름표를 달기 시작했다.2) 남북 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이면 학교 이름을 확인해야만 겨우 구분이 가능해질 것 같다. 아, 소학교 학생들이 교복을 입는다는 것은 우리와 다르다.

 

2) 『조선신보』. “학생 교복, 이름표가 있는 상표를 달고 공급.” 2024년 2월 26일자.

 

북의 12년제 기본 학제 (출처: 신효숙, 2015, 북한교육의 발전과정과 특징)

 

 

학교 생활도 다르지 않다. 초급중학교의 경우 1교시는 오전 8시에 시작해 45분 수업, 10분 휴식시간 6교시로 구성된다. ‘놀토’는 없어서 토요일에도 오전 4교시 수업이 이루어진다. 기본적인 수업은 오전 4교시-점심시간-오후 2시간이지만, 학교마다 달라 점심시간 없이 6교시 수업을 하기도 하고, 등교시간을 늦추기도 한다. 입학 후 졸업 때까지 담임 선생님은 바뀌지 않는다. 교사 한 명이 담임을 연달아 맡으면서 학생 개개인에 대한 교원의 이해가 높은 편이다.

 

학교에 급식은 없다. 오전수업을 마친 후 점심시간 90분 동안 집에 가서 밥을 먹고 다시 학교에 와 오후수업을 받는다. 걸어서 10분 내외에 학교가 위치해 있어 점심을 먹고 오는 것이 가능하다. 우리처럼 도시락, ‘곽밥’을 싸 와서 먹는 것도 가능하다.

 

컴퓨터, 정보기술 교육 강화

 

북의 교과서 (사진: 통일부 Flickr)

 

소학교에서는 국어, 수학, 자연, 영어, 음악무용, 정보기술 등 13개 과목을, 초급중학교에서는 소학교 과목에 조선역사, 조선지리, 자연과학, 기초기술 등이 추가된 16개 과목, 고급중학교에서는 당정책, 심리와 논리, 한문, 물리, 화학, 생물, 공업/농업 기초 등 23개 과목을 배운다. 각 학교별로 김일성, 김정일, 김정숙 혁명활동 과목을 배우는 것은 우리와 차이를 보인다.

 

한편 2008년부터 컴퓨터와 영어 교육이 도입되어 소학교 3학년부터 두 과목을 배운다. 컴퓨터 교육은 우리보다 이르게 시작하는 것이다. 2012년 교육체계 개편 시 컴퓨터 과목을 정보기술 과목으로 확대해 컴퓨터 교육을 한층 강화했다.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국가적 과제로 내세운 정책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유치원에서는 급식이 이루어진다. 북의 유치원은 종일제 교육이고,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우리보다 체계적인 교육이 이루어진다. 아침에 유치원에 와서 체조, 어린이용 프로그램 시청, ‘노래와 춤’, ‘우리말’, ‘샘세기’, ‘그리기’, ‘만들기’, ‘음악’ 등 수업을 받고 점심식사 후에는 2시간 동안 낮잠을 잔다. 오후 시간대는 놀이와 노래 배우기 등 어린이 위주의 프로그램이 실행된다. 마찬가지로 ‘김일성 김정일 장군 어린시절’을 배우는 것이 우리와 다르다. 지난해부터 유치원에서도 컴퓨터와 로봇, 외국어 교육을 도입하고 어린이용 교육 프로그램 등 소프트웨어 개발도 활발하다.

 

한편 우리의 과학고, 외국어고, 예고에 해당하는 영재교육 시스템도 발달해 있다. 중학교부터 수재교육이 본격화되는데 수학, 과학, 물리 분야 수재교육기관으로 평양제1중학교 및 각 도 제1중학교를 두고 있으며, 각각 외국어 및 예체능 수재교육기관으로 평양외국어학원 및 각 도 외국어학원, 금성학원을 운영한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조기 선발하고, 학급당 학생수를 적게 해 일찍 조기교육을 실시한다. 평양제1중학교와 금성학원, 금성제1・2중학교에도 일찍부터 ‘콤퓨터수재양성반’을 설치해 전문인력을 양성해 왔다.

 

조선소년단 창립 78돌 경축 전국연합단체대회 장면(사진 : 통일뉴스)

 

소년단의 백미, 야영 활동

 

방과 후에는 우리의 동아리격인 소조 활동과 과외 활동이 진행된다. 방과 후 교원 지도 하에 수학, 물리, 컴퓨터 등 교과 과목이나 미술, 음악, 체육 등 예체능을 배운다. 소조 활동을 바탕으로 전국 학과경연이나 대회에 나가 상을 타면 학교의 명예가 된다. 나무 심기, 토끼 기르기, 농장이나 건설현장 지원 등도 이루어지며, 물론 집안 일을 돕는데 분주한 학생들도 있다.

 

북녘 학생들의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소년단이다. 소년단은 만 7~13살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는데 소학교 2학년이 되면 시험을 봐서 소년단에 입단한다. 우수 학생이 먼저 입단하고, 시험 순서대로 순차적으로 입단해 소년단 창립일인 6월 6일이면 모든 학생이 소년단원이 된다. 소년단의 상징은 붉은 넥타이. 고급중학생이 되어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에 가입하면 붉은 넥타이를 풀고 왼쪽 가슴에 초상휘장을 달게 된다.

 

소년단 활동의 백미는 원산 송도원국제소년단야영소를 비롯해 각 도에 위치한 소년단야영소에서의 체험학습이다. 친구들과 함께 숙박하며 수영장과 수족관, 오락실, PC방, 탁구장, 인공암벽장 등 시설을 즐기고 해수욕과 등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하는 활동은 학생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행사라 한다.

 

매년 7~8월이면 중국, 몽골, 독일, 태국, 나이지리아 등 북과 교류가 활발한 국가의 학생들도 야영소에 입소한다. 올해 7월에는 러시아 청소년들이 송도원을 찾았다. 장기자랑과 우호의 밤 행사, 바다 수영과 요트 경주, 전통요리 대회 등을 통해 두 국가의 학생들이 우정을 다졌다. 남북의 청소년들이 송도원에서 서로 수영과 탁구 실력을 뽐내고, 공연을 즐기며 함께 캠핑할 날이 올 수 있을까. 원산에서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열려 남북의 학생들이 한 자리에서 웃고 떠드는 날이 가능해지길, 언젠가는 서울과 평양을 오가는 수학여행하는 날이 오길, 지금은 멀게만 보이는 그런 날들을 상상해 본다.

 

ㅣ참고문헌ㅣ

조정아 외. 『북한 주민의 학교 생활: ‘인민’의 재생산과 학교 일상의 수행성』. 통일연구원, 2023.

전일구. “북한 학교의 방과후활동 연구: 김정은 집권 이후 교육신문(2012-17)에 나타난 과외・소조활동 분석을 중심으로.” 『통일과평화』 10집 2호, 2018.

신효숙. “북한교육의 발전과정과 특징.” 『현대사 광장』 제 6호. 2015

 

 

이경수┃2000년대 남북간 교류와 협력 실험이 활발하던 시기를 <민족21> 기자로 남북관계 현장에서 보냈다. 2010년대 이후 뒤늦게 공부를 시작해 이제 기자가 아닌 연구자로 평양에 갈 수 있는 날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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