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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레터(글)221

피스레터 No5_5 최관의_아이 정강이를 걷어찬 나 [시선 |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아이 정강이를 걷어찬 나 최관의 “종오! 이리 와라.”1학년 아이들이 길게 줄을 서 기다리고 있는 점심시간. 미경이 배를 걷어차면서 거친 욕을 해대는 종오 모습이 제 눈에 들어왔어요.“얼른 이리 오란 말이다.”가는 말이 고아야 오는 말이 곱다고 우리 종오 눈빛에 날이 섰어요.“왜요?”뭘 잘못했다고 그런 말투로 날 부르냐는 거지요. 사춘기 6학년 아이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몸짓을 1학년 녀석에게서 보게 되다니. 자존심이 확 상하면서 화가 치고 올라왔어요. 순간 자존심 상한다는 느낌이 올라오는 걸 우아하게 억누르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솟아나는 화만은 어쩌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지요.“종오! 너 이리 안 올래!”“왜요? 뭘 잘못 했다고 그래요. 미경이가 먼저 욕했단 말이에요.”.. 2017. 5. 9.
피스레터 No5_4 김동진_화해의 딜레마 [시선 | 아일랜드에서 쓰는 평화학 이야기] 화해의 딜레마 김동진 최근 화제가 된 ‘아메리카 퍼스트’와 ‘브렉시트’라는 구호는 국가 이익을 중심으로 한 단순한 논리가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 잘 보여 준다. 미국과 영국이 가진 국내 문제가 얼마나 국제 문제와 시공간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에 대한 이해를 돕기보다, 단순하게 자국의 이익만 최대로 구하게 되면 미국과 영국의 위대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홍보가 성과를 거둔 것이다. 냉정한 국제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자기 국가, 그리고 자기 집단의 이익이라는 현실적 설득 논리, ‘자유 미국’ 대 ‘이슬람 근본주의’, ‘영국의 민주주권’ 대 ‘유럽연합의 독재적 통합’이라는 과장된 선악 구호는 사람들의 이성과 감정을 자극했다. 만화영화 세일러 문에.. 2017. 5. 9.
피스레터 No5_3 정경화_미래에서 온 비폭력 저항의 화신, 간디 [시선 | 평화를 이야기하는 철학자들] 미래에서 온 비폭력 저항의 화신, 간디 정경화 ‘평화주의자’하면 우리는 간디를 떠올린다. 1948년 급진주의 흰두교도에 의해 암살되어 79세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간디는 독립운동가, 사회개혁가, 종교지도자로서 평화로운 세상 만들기에 평생을 바친다.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인도의 독립을 위한 비폭력 저항운동을 일으키고, 억압과 착취로 고통 받는 민중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달려갔으며, 인도 내 이슬람교와 흰두교의 화합을 위해 헌신했던 것이다. 간디가 인도의 독립과 사회개혁에 헌신하게 된 계기가 된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구라자트 지역 자이나공동체의 부유한 집안 출신인 간디는 영국 런던대학에서 법학을 수학하고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여 사회활동을 시작한다. 하지만 간디는.. 2017. 5. 9.
피스레터 No5_2 정영철_구국의 이름으로 : 유신의 광풍과 반공의 나라 만들기 [시선 | 평화적 시각에서 재해석한 남북관계사] 구국의 이름으로 : 유신의 광풍과 반공의 나라 만들기 정영철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된 뒤, 온 나라가 통일의 열기로 들끓고 있던 시기, 박정희와 그 몇몇 측근들은 오랫동안 비밀리에 새로운 조치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시기 박정희는 동맹국 미국에 대한 배신감, 안보 위기, 그리고 60년대의 고도 성장이 한풀 기세가 꺽이고, 부정부패로 인한 거대한 사회적 스캔들 등으로 안팎의 위기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1971년의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서 예상 밖의 고전을 겪게 되었고, 이는 자신의 영구집권에 커다란 도전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1972년 10월 17일 대통령 특별선언을 발표하면서 전국에 비상계엄령을 발동하였다. 일명 유신.. 2017. 5. 9.
피스레터 No5_1 이주영_2017년, 한국사회와 어린이 평화 [이슈] 2017년, 한국사회와 어린이 평화 이주영 작년 연말부터 토요일이면 점심을 먹고 집을 나섭니다.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에서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손바닥 헌법책」을 홍보하고 보급하기 위해서입니다. 박근혜 정권이 저지르는 헌정파괴와 국정농단을 보면서 온 국민이 헌법을 읽고, 헌법을 알고, 헌법대로 운영하는 나라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정권이 저지르는 헌정파괴가 한두가지가 아닌데, 그 첫걸음이 바로 건국절 논란이지요.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아니라 대한민국 건국이라는 주장은 헌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거니까요. 헌법 전문 첫줄이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 2017. 5. 2.
피스레터 No4_6 강주원_2016년 남북 만남의 그림은 미래일까? [팩트체크 | 사진에 담긴 국경읽기] 2016년 남북 만남의 그림은 미래일까? 강주원 2016년 한국 사회가 그린 남북 관계의 자화상과 상상화 2016년 달력도 한 장 남았다. 한국 사회는 2016년 어떤 그림 달력에 둘러싸여 살아왔을까? 특히 남북 관계를 상징하는 키워드들은 지난 11장의 달력에 어떻게 표현되었을까? 새해 벽두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한국 사회는 대북제재로 달력의 첫 장을 그리기 시작했다. 부끄럽지만 개성공단용 초코파이는 일반 판매용보다 3g 가벼웠다.( 2013년 6월 11일자, “갈 곳 잃은 개성공단 초코파이… 산처럼 쌓인 재고”). 그렇지만 십 년 넘게 한국의 초코파이를 좋아하는 개성공단의 북한 노동자 모습은 남북 만남의 상징적인 그림이었다. 또한 이 공간에서의 통일과.. 2017. 5. 2.
피스레터 No4_5 최관의_놀고 삐지고 놀고 [시선 | 좌충우돌 교실이야기] 놀고 삐지고 놀고 최관의 “남자 애들이 놀려요.”“그래? 뭐라고 그러디?”“바보래요. 자꾸만 그래요. 그러고는 도망가요.”지원이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해요. 지원이를 아이들이 자주 놀리는 터라 이번에는 마음먹고 끼어들었지요.“지원이 울린 사람들 이리 와 보거라.”순간 몇몇 남자 아이들 눈이 담임에게 확 쏠리는 게 보이네요. 저 녀석들이 이 일과 상관있겠지요. 머뭇거리면서 눈치를 보는가 하면 성큼성큼 다가오는 아이도 있고 슬그머니 자기 자리에 가 앉아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표정으로 시치미 뚝 떼고 수업 준비하는 녀석도 있네요. 아무리 1학년이라고는 하지만 성질이 확 올라와요. 눈에 힘을 주고 목소리가 커졌어요.“일단 이리 나오란 말이다! 지원이가 우는 일과 관련된 사람들.. 2017. 4. 25.
피스레터 No4_4 김동진_누가 평화를 만드는가? [시선 | 아일랜드에서 쓰는 평화학 이야기] 누가 평화를 만드는가? 김동진 매해 7월 12일이 되면 북아일랜드에서는 오렌지 윌리엄 공의 제임스 2세에 대한 승전을 기념하는 가두행진이 열린다. 윌리엄이 개신교도, 제임스는 천주교도였던 탓에 7월 12일 가두행진은 아일랜드 정체성을 가진 천주교인들에게는 매우 불쾌하고 공격적인 행동으로 받아들여진다. 영국 정체성을 가진 개신교인들은 이 가두행진을 자신들의 문화라 주장하며, 일부러 천주교도들이 사는 지역으로 행진을 하여 천주교인들을 자극하기도 한다. 12일 전날 밤에는 아파트 7-8층 높이의 나무 탑을 쌓아 놓고 아일랜드 국기와 함께 이를 불태우는 의식을 거행한다. 1998년 성금요일 평화 협정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이 연례행사는 북아일랜드의 평화가 아직.. 2017. 4. 25.
피스레터 No4_3 정경화_제국주의에 맞서 싸운 평화주의자 안중근 [시선 | 평화를 이야기하는 철학자들] 제국주의에 맞서 싸운 평화주의자 안중근 정경화 불과 60여년 전까지만 해도 소수 열강이 다수의 약소국들을 식민지화하는 제국주의가 전세계적으로 득세하던 시대였고, 우리나라도 1910부터 1945년까지 35년간 일제에 의해 식민통치를 당하는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이 시기 일제에 맞서 용감히 싸운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있었는데, 그 중 조선통감부의 통감 이토 히로부미에게 총격을 가해 쓰러뜨린 안중근 의사의 명성은 특별히 높아 최근에는 여러 예능프로그램에서 다루어질 정도이다. 하지만 ‘동양평화론’을 주장한 평화사상가로서의 안중근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황해도 대지주 향반집안에서 태어난 안중근은 적극적이고, 의협심이 강한 성품을 타고 났다고 한다. 아버지의 영향 아래에서 .. 2017. 4. 25.
피스레터 No4_2 정영철_남과 북, 처음으로 마주하다 : 7.4 남북공동성명 [시선 | 평화적 시각에서 재해석한 남북관계사] 남과 북, 처음으로 마주하다 : 7.4 남북공동성명 정영철 1972년 7월 4일 오전 10시 당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은 내외신 기자 107명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 5월 박정희 대통령의 뜻에 따라 평양에 다녀왔습니다”로 시작된 기자회견은 남북 분단의 70년사에 아로새겨질 거대한 전환의 한 장면을 연출했다. 같은 날 같은 시각 북한의 평양에서도 박성철 부수상이 7.4 남북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었으니, 남북한 모두에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셈이다. 1950-60년대의 치열한 냉전이 점차 약화되더니, 닉슨 미국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하면서 열어젖힌 데탕트는 남북관계에도 심각한 변화를 강제하였다. 서로의 실체마저 부정하던 남북이 70년대 초, 이처.. 2017. 4. 25.
피스레터 No4_1 이경란_공동육아가 시국선언을 했다 [이슈] 공동육아가 시국선언을 했다 이경란 “아이들에게 정의로운 나라, 생명과 인권이 존중되는 공동체를 물려주고 싶습니다”라는 제목으로 11월 21일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은 회원 단체인 어린이집과 방과후, 지역아동센터들과 개인회원들을 포함한 6,018명의 이름으로 시국선언을 했습니다. 다른 시민단체들에 비해 좀 늦은 감이 드는 시기에 시국선언을 하기까지,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았고 좀 꿈지럭거린 면이 없지 않습니다. 공동육아가 시국선언을 해야 할까? 연대활동을 하고 있으니 연대조직의 이름으로 내면 되는 걸까, 독자적으로 시국선언을 하는 것이 좋을까? 독자적으로 하게 된다면 다양한 정치적 입장을 가진 회원들이 이 시국선언이란 방식에 동의할까?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하는 걸까? 시국선언방식은 법인이름으로 내야 하.. 2017. 4. 25.
피스레터 No3_6 강주원_압록강과 두만강은 열린 강이자 교류의 강 [팩트체크 | 사진에 담긴 국경읽기] 압록강과 두만강은 열린 강이자 교류의 강 강주원 압록강과 두만강은 휴전선이 아니다 한국 사회는 공유 하천인 한강 하구를 DMZ 영역으로 예단하곤 한다.(『피스레터』 창간 준비 2호에서 다룸) 이런 경향이 반복되는 강이 한국 사회에 더 있다. 2010년대를 살아가는 한국사람들은 압록강과 두만강을 그 자체로 보지 않고 남북을 가로지르는 휴전선의 렌즈로 바라보곤 한다. 이런 시각은 한 학자의 칼럼에 압축되어있다. 간도에서 바라본 북녘 땅은 지척이었으나 가뭄에 한껏 말라붙은 강은 도강(渡江)을 허용하지 않았다. 마른 강은 국경이었다. …… 지금은 막힌 강, 헐벗은 강, 초라한 능선만 드러낸 불임(不姙)의 강이 되었다. 분단 70년 동안 그랬고, 광복 70주년을 맞는 오늘도 .. 2017. 4.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