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교육136 피스레터 No35_7 최관의_아이들이 기획하고 엮어가는 공연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아이들이 기획하고 엮어가는 공연 최관의 “공연 기획하는 일 해보고 싶은 사람?” “그게 뭔데요?” “연예기획사라고 들어봤지?” “SM, JYP 이런 소속사요?” “맞아요, 맞아. 샘이 요즘 가만히 보니까 공연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더라고. 우리 6학년에. 그 사람들이 공연할 자리를 만들어주는 거지.” “기획하는 사람들이 공연하는 건 아니지요?” “그렇지. 공연하기 좋도록 도와주는 거야. 공연할 장소 구하고 방송시설 정비하고 영상이나 음향 틀어주고, 관람하기 좋게 도와주는 일만 하면 돼. 영상 찍고 편집도.” 눈빛을 보니 관심있는 애들은 있는데 머뭇거린다. “다들 학원이다 뭐다 바빠서 쉽지는 않을 건데 틈틈이 시간 되는 사람이 조금 더 하면 돼. 하다보면 서로 마음이 맞지 않아 힘.. 2023. 8. 17. 피스레터 No34_5 박종호_세 번째 코리밀라 방문, 사과나무 두 그루 [한반도 평화교육] 세 번째 코리밀라 방문, 사과나무 두 그루박종호 언덕 위에 오밀조밀하게 지은 집들이 모여 있고, 텃밭에는 직접 기르고 가꾼 채소들이 자라고 있다. 토끼와 닭, 소도 어슬렁거리면서 집 주위를 돌아다닌다. 저 언덕 아래는 파란 바닷물이 흐르고 있고, 저 건너 멀리 보이는 곳은 스코틀랜드인가, 먼 옛날에는 수영을 해서 건너다녔다고 한다. 코리밀라 공동체,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자동차로 두 시간 달려야 하는 밸리캐슬에 있다. 이 공동체에 2017년 겨울, 2019년 겨울에 어깨동무 평화교육 연수로 방문하고 2022년 이번에는 여름에 다시 찾았다. 당신은 도대체 왜 그리 먼 곳까지 가는가? 질문을 바꾸어 묻자. 나는 코리밀라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는가? 세 번씩이나 가서 얻고 싶은 걸.. 2023. 5. 18. 피스레터 No34_6 최관의_우리는 껌부 사이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우리는 껌부 사이 최관의 관샘! 우리 봐요! 6학년 115명에는 마음 쓰이는 아이들이 반마다 서너 명씩 있다. 조금 깊이 따지고 들면 마음 쓰이지 않는 아이는 없지만 어지간한 아이들은 이리저리 알맞게 흔들리면서 클 거라는 믿음이 있다. 마음이 쓰이지만 다른 반 아이들이라 늘 곁에서 뭔가 교육적인 자극을 주기는 어렵다. 만날 때마다, 내 곁을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붙잡고 말을 건다. 수업 시작하고도 교실에 들어가지 않고 교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세 녀석이 있다. 교실에서도 수업 흐름을 방해하고 분위기를 흔들어 담임으로 하여금 머리 아프게 만드는 아이들이다. 한 번은 비가 제법 쏟아지는 점심시간에 밥을 먹다 창밖 운동장을 보니 세 녀석이 일을 벌이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화단에.. 2023. 5. 18. 피스레터 No33_2 심은보_코리밀라에서 함께 한 Nurturing Hope Summer School [한반도 평화교육] 코리밀라에서 함께 한 Nurturing Hope(희망 가꾸기) Summer School 심은보 아침이면 일찍 일어나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홀로 산책을 했다. 그러다 바다가 보이는 곳에 자리 잡고 서 있는 십자가 앞에 섰다. 하늘 높이 우뚝 솟아 있는 십자가가 아니라 땅에 튼튼하게 자리 잡고 있는 십자가였다. 발 딛고 선 땅 위에 튼튼하게 자리하고 있는 이 십자가를 마주하며 나는 ‘내가 발 딛고 살아가는 곳’에 대해 생각했다. 또 내가 발 딛고 선 곳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평화를 이야기하는 일도 하늘 위에 솟아 있는 게 아니라 땅 위에 자리 잡고 있는 저 십자가와 같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전히 진행형인 코로나-19를 뚫고 내가 아직은 .. 2023. 2. 16. 피스레터 No33_5 최관의_철민이와 노마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1] 철민이와 노마 최관의 2022학년도 2학기는 내게 특별한 시기였다. 내부형 교장 임기 4년을 마무리하고 9월 1일 자로 이수초등학교에 발령받아 3, 5학년 체육교과를 했다. 4년 전 4학년 담임에서 교장으로, 다시 교사로. 역할이 바뀜에 따라 거기에 맞춰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해야 했다. 주변은 잠시도 적응할 여유를 주지 않았고 나는 빠르게 그 역할에 맞게 행동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경계인, 이 쪽도 저 쪽도 아닌 경계선에 서 있는 나는 경계인이다. 이제 1년 뒤 정년퇴임이라는 또 다른 변화가 기다리고 있다. 변화가 두렵다거나 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내게 다가오는 것이 곧 나다.’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살아가려 하지만 쉽지는 않다. 경계선에 서서 홀로 내 나름의 길을 .. 2023. 2. 16. 피스레터 No33_6 주예지_안녕, 친구야!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2] 안녕, 친구야! 주예지 안녕, 친구야! 어린이어깨동무 회원이라면 무척이나 친숙한 인사말로 시작해 본다. 특히나 어린이어깨동무 행사에 참여해 본 적이 있는 회원이라면 ‘안녕, 친구야!’를 외치며 손바닥을 얼굴 옆으로 내보이고 활짝 웃은 단체사진 몇 개쯤 있을 것이다. 같은 눈높이에서 환대해주는 순수함과 해맑 음, 무언가 우리가 좋은 관계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과 정겨움을 풍기는 인사말이다. 어느덧 2022년 평화상상나래 동아리 활동이 끝이 나고 방학을 맞았다. 동아리 마지막 활동일이 11월이라 그런지 마지막이라는 아쉬움이 덜 났더랬다. 한 해 동안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평화를 향한 상상의 날개를 펼쳤느냐고 감히 물어보기가 겁나서 은근슬쩍 평화선언문을 작성해 보자고 .. 2023. 2. 16. 피스레터 No32_5 최관의_원반 놀이 모둠 짜는 건 너무 어려워!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1] 원반 놀이 모둠 짜는 건 너무 어려워! 최관의 3학년 달 반 아이들과 원반 럭비 경기할 모둠을 짜는데 너무 힘들었다. 함께하고 싶은 애가 자기 모둠 안 된다고 골내고 누구랑은 하기 싫다 등등 20분이나 걸렸다. 운동장 두 바퀴 뛰는 준비운동을 안 하고 대신 모둠 짜는 데 더 집중해야 했다. 두 바퀴 뛰고 숨차고 지친 상태에서 모둠 짜려니 아이들 사이에 어두운 기운이 더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시간인 별 반 수업에서는 준비운동을 안 하기로 마음먹었다. 별 반은 달 반처럼 운동장에 세워놓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현관 안쪽 넓고 조용한 데 앉혀놓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얘들아. 수업하는데 고민거리가 있어. 모둠 짜는 게 너무 어려워. 잘하는 사람이 어느 모둠으로 몰리면 다른 .. 2022. 11. 18. 피스레터 No32_6 주예지_포근한 스웨터. 곶감. 살랑살랑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 2] 포근한 스웨터. 곶감. 살랑살랑 주예지 가을 단어들 박하은 가을이 왔다. 단풍. 겨울의 시작. 옥수수. 도토리 아직 남은 여름의 싱그러움. 가장 기분 좋은 계절 은행나무. 떨어진 은행들. 예쁜 노을 포근한 스웨터. 곶감. 살랑살랑 달! 머릿속에 가득 가을다운 나뭇잎을 밟아보자. 단풍들을 밟아보자. 만져보자. 느껴보자. 맞아보자. 뭉개보자! 가을이 왔다. 이토록 설레는 첫 문장이라니. 시험 기간에 지친 아이들을 위해 쉬어가는 시간으로 황인숙의 이라는 시를 패러디하는 활동을 했더니, 한 아이가 가을 내내 두고두고 읽고 싶은 시를 선물해 줬다. 포근한 스웨터. 곶감. 살랑살랑. 자꾸 소리 내어 말하고 듣고 싶은 구절이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가을 바람은 어디까지 닿을 수 있을까? 9.. 2022. 11. 18. 피스레터 No31_6 주예지_마라탕 맛 평화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2] 마라탕 맛 평화 주예지 평화란 대체 무엇일까? 참 어려운 -누가 나에게 물으면 어색한 미소와 애매한 대답으로 교묘히 피해버리는- 질문을 아무렇지 않은 척 시침을 떼고 아이들에게 슬쩍 던져 보았다. 3년 전, 처음 평화 동아리를 운영하면서 체험 행사 위주로만 몰아쳤던 시행착오를 기억하면서 이번에는 아이들과 함께 평화에 대해 보다 깊이 생각하고 나누는 시간을 가지려고 마음 먹었다. 그렇게 4~5월에는 평화와 관련된 책을 스스로 선택하고 읽은 후에, 발표 및 토론 활동을 진행했고, 6월에는 유네스코에서 진행하는 평화열전을 썼고, 7월에는 1학기 활동을 마무리하며 2학기 활동을 기획했다. 1학기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활동지에 쓱 넣은 질문이 바로 ‘평화란 대체 무엇일까?’이다. 이전에 .. 2022. 8. 18. 피스레터 No30_2 심은보_삶을 위한 교육이 되길 바라며 [한반도 평화교육] 삶을 위한 교육이 되길 바라며 심은보 5월 첫 주부터 밖에선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5월 첫 출근날, 한 시간 남짓 마스크를 벗고 걸어서 학교에 갔다. 오랜만에 콧속을 파고드는 아침 내음이 참 좋았다. 하지만 한편으론 어쩐지 어색하고 불안한 느낌이 들기도 했고, 길을 걸으며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있어 눈치가 보이기도 했다. 코로나-19에 갇혀 사는 동안 우리 삶에 아로새겨진 무늬들이 참 오래 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도 분주하게 일상을 되찾아 가고 있다. 수업 과정에 모둠 활동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현장학습도 떠나는 학교들이 늘었다. 또, 5월의 앞자락에 운동회를 하는 학교의 모습들도 곳곳에서 보인다. 모처럼 학교에 활기가 돌고 있다.. 2022. 5. 18. 피스레터 No30_6 주예지_너도 나래? 나도 나래! [좌충우돌 교실 이야기2] 너도 나래? 나도 나래! 주예지 2월 신학기 준비 기간. 각 부서로부터 날아와 차곡차곡 쌓이는 업무 메시지에 눈동자가 바쁘다. 겉으로 보기에 세상 차분하게 앉아 있지만 마음이 붕--붕 분주하다. 급한 일부터 정신없이 처리하는 와중에 희망 동아리를 제출해달라는 메시지에 겨우 멈춰 선다. 문득 동아리가 학교 생활의 가장 큰 기쁨이라는 말을 떠들고 다니던 때가 떠오른다. 늘 동아리 시간에 동동거리며 쏘다니는 모습을 보며 고생이 많다고 격려해주시는 선생님들께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다. 첫해에는 책쓰기 동아리를 맡으면 어떻겠냐는 창체부장 선생님의 말씀에 혹해서 얼렁뚱땅 책을 만들었고, 다음 해에는 시 창작 동아리 ‘詩끌시끌’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시집을 만들고 출판했다. 학생자치회를 맡은 .. 2022. 5. 18. 피스레터 No29_1 전영선_‘남북 관계론’ 재고 [한반도 이슈] ‘남북 관계론’ 재고 전영선 살다 보면 생각이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된다. 괜찮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덜 괜찮아지기도 하고, ‘별로’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어느 순간 정말 훌륭한 사람이라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물론 이 판단도 어쩌면 그 사람의 모든 면을 보지 못하고 여전히 한 면만 보고 내리는 판단일 수도 있다. 그래서 판단이 바뀐 것일 수도 있다. 신중한 사람이 있다고 하자, 어쩌면 우유부단한 사람일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이라고 판단해야 할까? 게으른 것이냐, 신중한 것이냐는 상황에 따라서 다를 수 있다. 아니면 내 판단 기준이 달라지면서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 재미있게 보았던 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만년 꼴찌팀을 맡게 된 단장은 엉망진창이었던 야구단을 추스르고 선수단을 하나로 뭉치게 한.. 2022. 2. 18. 이전 1 2 3 4 5 ··· 12 다음